자율형 견시 보조 시스템
사건의 발단
왜 해군 창업경진대회를 나가게 된 건지 기억이 안 나는데
아마 후임 환준이가 같이 한번 해보자고 해서 나가게 된 것 같다.
아마 휴가에 혹해서 나간 듯하다.

군대에는 왜 있는지 모르는 당직이 많다
나는 해군본부에서 문화홍보병으로 군생활을 하고 있다.
해군에서 단 세 명뿐인 영상병 중에서도 촬영을 주로 하는 나는
해군 대부분의 전력을 직접 타 봤다.
고속정(참수리), 상륙함(LST), 이지스함(DDH), 잠수함까지.
그런데 항상 느끼는 게 있었다.
견시 당직은 진짜 힘들겠다. 그냥 컴퓨터로 못 하나?
‘견시’란 함 주변 해상 부유물을 육안으로 확인하는 단순 노동이다.
보고 싶은 건 망원경으로 보고, 위치 보고하고…
처음 들으면 “이걸 아직도 사람이 해?” 싶다.
그 생각이 이번 창업경진대회를 준비하게 된 계기다.
테슬라도 카메라만 가지고 자율주행하잖아
레이더가 해상 부유물을 탐지하기 어려운 이유는 명확하다.
- 전파는 물을 잘 통과하지 못함
- 파고가 있는 바다에서 작은 물체는 탐지가 어렵다
- 무선침묵 상태에서는 레이더 자체 사용 불가
그렇다면 카메라 기반 견시 시스템은 왜 없을까?
병사가 하면 되잖아
맞다.
군에는 아주 싸고 막 다뤄도 되는 인력, 바로 병사가 있다.
새 시스템 개발보다 그냥 병사 세워두면 된다.
잘 보면 휴가 주고, 못 보면 영창 보내면 된다.
하지만 인구 절벽 시대의 병력 부족은 이미 심각하다.
해군은 특히 육군보다 복무기간이 길어 더 부족한 편이다.
이미 십여 년 전에도 선행 연구가 있었다.
- 차세대 항해 견시를 위한 선박 자동추적 시스템 구축 (2013)
- Unity 3D 기반 선교 항행 정보 정합모듈 구현 (2015)
하지만 당시엔 기술적 한계가 있었다.
지금은 컴퓨터 비전, 센서, 카메라 시장이 모두 폭발적으로 발전했다.
그래서 가능했다.
1차 합격
1차 온라인 발표는 우여곡절의 연속이었다.
- 병사 참가 공문이 생활관에 전달되지 않음
- 공문 보여주니 “그럼 외출해서 발표하라”
- 간부 팀은 공지가 빨리 오는데 병사 팀은 당직·상황 때문에 핸드폰 사용 제한
그래도 결국 ZOOM 발표 성공.
우리 경쟁작들을 보고 ‘그래도 결승은 가겠다’ 싶었다.
최종 순위 결정전 진출
진짜로 순위 결정전을 하게 되었고
부산 벡스코 MADEX에서 PT 발표를 하게 됐다.

도착하자마자 저녁은 대구탕이었다.
(부산 왔는데 국밥이 아니었다…)
하지만 나는 사실 창업경진대회 출전 + 취재 업무를 동시에 해야 했다.
그래서 준비는 거의 못 하고 계속 촬영만 했다.

그래도 미 해군 친구 둘이나 사귀었다.
지금도 인스타로 연락한다.
대본을 못 외웠다…
촬영과 업무를 병행하다 보니 발표 준비를 거의 못 했다.
그래서 혹시 몰라 대본을 적어갔는데… 이게 오히려 독이었다.

나는 원래 즉흥 발표를 잘하는 편인데
대본이 있으니 오히려 계속 버벅거렸다.
그래서 중간부터 프리스타일로 전환.

심사위원이 “대본 볼 때 더 못한다”고 했을 정도…
잘만 했으면 1~2등도 가능했다고 생각하는데
발표 실수 때문에 **은상(3등)**으로 마무리된 듯하다.
그래도 정말 값진 경험이었다.

Contributors: 정지용, 유환준
Thanks to 전폭적인 지원을 해주신 이성민 중령님